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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나라의 절세미녀 '달기'

by 머니트리001 2025. 7. 16.

중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고 매혹적인 인물 중 한 명인 달기는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의 총비였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미모로 주왕을 사로잡아 국정을 농단하고 잔혹한 행위를 일삼아 결국 은나라 멸망의 원흉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악녀를 넘어, 승자의 역사에 의해 희생된 인물이라는 복합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중국 은나라

1. 달기의 등장과 주왕의 몰락

달기는 은나라 말기 유소씨(有蘇氏)의 딸로, 주왕이 유소국을 정벌한 후 전리품으로 바쳐진 미녀였습니다. 『사기(史記)』를 비롯한 여러 역사서에 따르면, 주왕은 달기의 미색에 완전히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연회를 베풀며 쾌락에 탐닉했습니다. 달기는 주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으며, 주왕은 달기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왕은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충신들의 간언을 무시하는 폭군으로 변모했습니다. 주왕과 달기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거대한 연회장을 만들어 술로 연못을 채우고 고기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벌거벗은 남녀들이 뛰어놀게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사치와 방탕에 빠졌습니다. 또한, 달기는 주왕에게 잔혹한 형벌들을 고안하도록 부추겼다고 전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포락지형(炮烙之刑)'으로, 기름칠한 구리 기둥을 숯불 위에 걸쳐 놓고 죄인들이 그 위를 걷게 하여 뜨거워지면 발이 미끄러져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달기의 행각은 은나라의 국력을 급격히 쇠퇴시켰고,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결국 주나라 무왕이 제후들을 이끌고 은나라를 토벌하기에 이르렀고, 목야지전에서 은나라 군대는 싸울 의지를 잃고 투항하여 은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주왕은 녹대(鹿臺)에 불을 질러 자결했으며, 달기는 주나라 군대에 붙잡혀 처형당했습니다.

2. 달기를 둘러싼 전설과 소설 속 이미지

달기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 외에도 많은 전설과 문학 작품을 통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특히 명나라 때 허중림(許仲琳)이 지은 장편 신마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달기는 단순한 미녀를 넘어선 존재로 그려집니다. 『봉신연의』에 따르면, 달기는 원래 기주후(冀州侯) 소호(蘇護)의 딸이었으나, 여와(女媧)의 명을 받은 구미호 정령이 진짜 달기의 몸을 빼앗아 빙의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여와는 주왕의 음란한 시에 분노하여 구미호에게 주왕을 미혹시켜 은나라를 멸망시키라는 명을 내렸고, 구미호는 달기의 몸으로 들어가 주왕을 타락시켰다는 것입니다. 『봉신연의』 속 달기는 뛰어난 요술과 지략으로 주왕을 조종하고, 비간(比干)의 심장을 도려내게 하거나 서백(西伯) 희창(姬昌)을 유리(羑里)에 가두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릅니다. 그녀는 여우 요괴 외에도 비파 정령, 꿩 정령과 의자매를 맺고 함께 주왕을 홀리는 데 일조합니다. 이러한 소설적 각색은 달기의 이미지를 더욱 신비롭고 잔혹하게 만들었으며, 그녀를 단순한 인간이 아닌 초자연적인 존재, 즉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괴의 화신으로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봉신연의』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달기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악녀'이자 '요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달기는 실제 역사적 인물로서의 행적과 더불어, 상상력이 더해진 전설과 소설 속 이미지가 결합하여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독특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3. 역사적 평가와 현대적 재해석

달기는 중국 역사상 가장 비난받는 여성 중 한 명으로, 하(夏)나라의 말희(末喜), 서주(西周)의 포사(褒姒), 당(唐)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와 함께 '중국 4대 악녀'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단순히 그녀의 악행만을 부각하는 것을 넘어, 승자의 역사에 의해 과장되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의 입장에서, 주왕의 폭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정복을 합리화하기 위해 달기를 '요녀'로 내세워 모든 책임을 전가했을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상서(尙書)』의 「목서(牧誓)」편에는 주왕의 죄를 열거하며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으로 여인이 국정을 농단한 것을 비판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는 달기를 은나라 멸망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편견이 달기의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달기가 실제로 주왕의 국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잔혹한 행위에 동조했을 수 있지만, 그녀에게 모든 멸망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왕 자체가 뛰어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폭군으로 변모한 것은 달기만의 영향이 아닌, 그의 개인적인 성격적 결함과 당시 은나라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달기를 단순히 악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 속에서 희생된 여성 인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각은 달기라는 인물이 가진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