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절영지연 - 갓끈을 끊어라

by 머니트리001 2025. 8. 22.

절영지연(絶纓之宴)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莊王)의 뛰어난 포용력과 덕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부하를 믿고 감싸 안아 충심을 얻은 장왕의 지혜로운 판단은 훗날 그 부하가 목숨을 걸고 은혜에 보답하는 계기가 됩니다.

 

중국의 옛날 지도

 

 

장왕의 리더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백성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어느 날, 장왕은 공을 세운 신하들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술이 오가고 모두가 즐거워하던 그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연회장의 촛불이 모두 꺼졌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자 모두가 당황했습니다. 이때 한 신하가 장왕이 가장 총애하는 후궁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후궁은 놀라 소리를 질렀고, 자신을 희롱한 신하의 갓끈을 잡아 뜯어 장왕에게 하소연했습니다. "전하, 불이 꺼진 틈을 타 신하가 저를 희롱했습니다. 이 갓끈을 들고 있으니 불을 켜서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했는지 밝혀주십시오!"

장왕은 후궁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에 잠겼습니다. 만약 범인을 밝혀낸다면, 잔치의 흥이 깨지고 신하에게 모욕을 줄 뿐만 아니라 왕의 체면에도 먹칠하는 일이었습니다. 장왕은 현명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즐기는 날이니, 이깟 사소한 일로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맙시다." 장왕은 신하들에게 소리쳤습니다. "모두들 갓끈을 끊고 즐기시오! 갓끈을 끊지 않은 자는 오늘 술을 마실 자격이 없소!" 장왕의 예상치 못한 말에 신하들은 웅성거렸지만, 이내 왕의 뜻을 이해하고 너도나도 갓끈을 끊었습니다. 갓끈이 모두 끊긴 후, 장왕은 다시 촛불을 켰습니다. 갓끈이 끊어졌으니 더 이상 누가 후궁을 희롱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절영지연'이라는 고사성어로 전해지며, 장왕의 넓은 아량과 신하를 향한 깊은 배려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리더의 품격

 

장왕의 배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신하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왕의 넓은 아량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장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언젠가 반드시 은혜에 보답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초나라는 진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양군의 전력이 팽팽하게 맞서며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초나라 군사들은 지쳐갔고,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진나라의 명장들은 초나라의 약점을 파고들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이때, 한 용맹한 장수가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진나라의 장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렸습니다. 그 덕분에 초나라는 승기를 잡았고, 마침내 진나라를 무찌르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은 승리의 일등 공신인 그 장수를 불러 칭찬하며 크게 상을 내리려고 했습니다. 장수는 무릎을 꿇고 장왕에게 말했습니다. "전하, 제가 목숨을 바쳐 싸운 것은 전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날 밤, 갓끈을 끊었던 자입니다." 장왕은 그제야 지난날의 일을 떠올리며 감격했습니다. 신하의 경솔한 행동을 눈감아준 자신의 현명한 판단이 훗날 나라를 구하는 큰 공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리더의 포용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잘못을 용서하고 감싸 안는 리더의 덕목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현대적 교훈

 

절영지연의 교훈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일화는 단순히 왕의 관용을 보여주는 옛이야기가 아니라, 조직의 리더십과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첫째, '너그러운 용서'의 가치입니다. 장왕은 순간의 분노나 체면을 택하는 대신, 신하의 실수를 덮어주는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이는 리더가 구성원의 작은 실수를 너그럽게 포용할 때, 그 구성원은 더 큰 충성심과 책임감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둘째, '진정한 리더십'은 겉으로 드러나는 권위가 아니라, 구성원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장왕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신하의 명예를 지켜주었습니다. 그 결과, 신하는 장왕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게 되었으며, 이는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대적인 신뢰'의 중요성입니다. 장왕은 신하의 행동이 악의가 아니었을 것이라 믿고 사건을 덮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훗날 생명을 건 충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직 내에서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는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팀워크를 만들어냅니다. 절영지연은 잘못을 지적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때로는 침묵하고 용서하는 지혜가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고사는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하는 살아있는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