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秦)나라 진목공이 말을 잡아먹은 오랑캐들을 용서하고, 오히려 술을 보내준 관용의 이야기.
훗날 위기에 빠진 진목공을 그 오랑캐들이 목숨 걸고 구하면서 은혜에 보답한 이 일화는, 진정한 통치가 무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시작됨을 보여주는 지혜로운 교훈입니다.
도망친 말과 오랑캐
춘추시대 진(秦)나라에 어질고 용맹한 진목공(秦穆公)이라는 군주가 있었습니다.
진목공은 그 어떤 군주보다 백성을 아꼈고, 그의 통치 아래 진나라는 점차 강성해졌습니다.
어느 날, 진목공이 아끼는 명마가 숲속으로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말은 진목공이 아끼는 애마로, 그 어떤 말보다도 빠르고 충직하여 그에게는 단순한 짐승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말을 잃어버린 진목공은 신하들을 보내 수소문하게 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진목공의 말은 숲속에서 만난 오랑캐 부족 수백 명에게 발견되었고, 그들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진목공의 신하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습니다.
"폐하, 저 오랑캐들은 폐하의 말을 잡아먹었습니다! 당장 군사를 보내 그들을 잡아들이고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신하들은 오랑캐들을 당장이라도 잡아 죽일 기세였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감히 군주의 말을 해친 오랑캐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와 함께, 군주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만약 진목공이 이들을 용서한다면, 진나라의 위엄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진목공은 신하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차분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제지했습니다.
"잠깐 멈춰라."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단호했습니다.
"짐승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들은 굶주림에 못 이겨 그랬을 것이다." 진목공의 이 말은 신하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군주가 자신의 소중한 말을 해친 이들을 용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진목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놀라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군자의 아량과 베풂
진목공은 신하들을 제지한 후, 오랑캐들을 위해 더욱 놀라운 행동을 취했습니다.
"그들이 말을 잡아먹고 배불리 먹었으니, 혹여나 체하거나 탈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술을 가져다주어라."
진목공은 신하에게 명하여 오랑캐들에게 술을 보내주게 했습니다.
신하는 진목공의 명에 따라 오랑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진목공의 뜻을 전하고 술을 건넸습니다.
오랑캐들은 처음에 진나라 군사들이 자신들을 잡으러 온 줄 알고 두려움에 떨었지만, 자신들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탈이 날까 염려하여 술을 보내준 진목공의 넓은 아량에 크게 감동했습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쳤고, 진목공의 은혜에 보답할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들은 진목공이 단순히 자신의 말을 해친 자신들을 용서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건강까지 염려해 주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용서를 넘어선 진정한 관용과 배려였습니다.
오랑캐들은 진목공의 이러한 행동이 단순한 권력자의 허세가 아니라, 진정으로 백성을 아끼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언젠가 진목공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들은 진목공을 단순한 적국의 군주가 아닌, 자신들의 생명을 구원해 준 은인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진목공의 이러한 행동은 그 어떤 무력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칼과 창 대신 관용과 베풂으로 적을 친구로 만들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진목공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지만, 진목공은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분노를 삭이는 것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통치의 시작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관용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훗날 진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게 될 위대한 투자였던 것입니다.
진목공의 위기, 그리고 보답
몇 년 후, 진(晉)나라와 진(秦)나라 사이에 한원 전투(韓原之戰)가 벌어졌습니다.
진나라는 강대한 진나라 군대와 맞서 싸우다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진목공은 진나라 군대에 포위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진목공의 군대는 진나라 군대의 맹공에 밀려 후퇴를 거듭했고, 진목공 자신도 적의 포위망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진나라 군사들은 진목공을 포위하고 그를 사로잡으려 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진목공은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직감했습니다.
바로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백 명의 오랑캐 무리가 갑자기 나타나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다름 아닌, 몇 년 전 진목공의 말을 잡아먹었다가 용서를 받은 바로 그 오랑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진나라 군대를 향해 무섭게 돌진하며, 진목공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습니다.
진나라 군대는 갑작스러운 오랑캐들의 공격에 당황했고, 그 틈을 타 진목공은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랑캐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진목공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들의 맹렬한 공격 덕분에 진목공은 무사히 목숨을 건졌고, 진나라는 이 전투에서 기사회생하여 결국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진목공은 그들의 용기와 충성에 감동했습니다.
"그대들이 그때의 말을 잡아먹고 용서받은 오랑캐들이 아니냐.
어찌하여 짐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는가?"
진목공의 질문에 오랑캐들은 대답했습니다.
"폐하의 넓은 아량 덕분에 저희는 목숨을 건졌고, 폐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야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진목공은 그들의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들에게 큰 상을 내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진목공의 관용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큰 승리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교훈으로 후세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일화는 한 사람의 넓은 마음이 얼마나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통치는 무력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합니다.